2008년 12월 22일 월요일

먼지를 털어내며: ① Shenhao HZX45

shenhao1.jpg
어쩌다 보니 대형 카메라 그것도 4x5만 다섯대가 되었다.
쉔하오 HZX45
린호프 테크니카 클래식
린호프 테크니카르단
에보니 U2
Sinar F2

이건 카메라샾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매니아처럼 주제를 가지고 collection 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이리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어떨땐 한심하기도 하고 어떨땐 나자신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처음으로 접했던 대형은 Sinar F2다.
알고 지내던 형님께서 거의 떠맞기다시피 공짜에 가까운 금액으로 주신 일종의 선물. 사진을 업으로 지내시면서 항상 작업을 도맡아 했던 카메라다.
세월이 흐르면서 디지털 작업이 많아 지니, 작업의 주역은 어느듯 디지털 카메라가 차지하고 4x5는 퇴역한 장성 처럼 명예직만 유지하고 있었다.

쓸쓸하게 밀려난 4x5를 가끔 올때마다 눈독 들이던 나에게 불하하신 게다.
표준렌즈로 135mm를 장착하고, 광각 벨로우즈 게다가 연장레일까지 있었으니 초보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계였다.

그러나 모노레일형 뷰카메라의 단점인 무게와 벌키함을 이기지 못하고, 서브 4x5를 다시 장만했다.
해외 리뷰에서 가격대비 성능으로는 당시 최고로 평가 받던 마데제 쉔하오. 필드 목제 카메라를 구입한 정당성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① F2를 멋지게 수납할 방법이 별로 없었다.
알루미늄케이스 같은 벌키한 것을 싫어했기에 배낭형 가방을 찾으려 했지만, 수납을 하려면 front/back stand 를 다 분리하고 삼각대 연결 부분 뭉치를 빼내지 않으면 왠만한 가방엔 넣기가 버거웠다. 당시 차가 없다보니, 대중교통 + 도보로 움직여야 했는데 F2는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80키로의 연약한 몸으로는 더더욱... (① 번이 가장 타당하지 않은 이유지만 가장 타당한 이유였다.)

② F2는 실내 정물 촬영용으로 활용하고, 주로 쉔하오를 활용하면 될 것 같았다.
이 말은 F2는 현역에서 좀 더 멀어졌다는 뜻과 동일하다.

③ 장식용으로는 철제보다 목제가 훨씬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점점 이유가 구차해 지지만, 그게 무엇이던 간에 나의 행동을 합리화 시킬수만 있다면 그것은 정당화가 되는 정신적 공황 상태였다)

요즈음도 그렇지만, 국내에서 대형카메라 관련 제품이나 정보를 접하긴 쉽지 않았고 특히나 마데제 아닌가.
달리 구할 방법이 없어, 쉔하오를 제작하고 있던 중국에 직접 e-mail과 팩스로 연락하면서 구입했던 기억이 새롭다.

Fedex로 물건을 받던 날 흥분과 실망이 교차 되었다. 4x5 목재 카메라를 구했다는 흥분은 카메라 케이스를 보는 순간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사진으로 보던 카메라케이스의 질감은 그대로 이지만 만듦새는 초등학교 저학년 여학생을 상대로 파는 문구점의 화장품 케이스와 별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카메라 케이스는 망설임 없이 바로 쓰레기통으로 버려졌다.

쉔하오의 장점은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괜찮은 만듦새. 그리고 대형에서 해 볼수 있는 왠만한 무브먼트는 다 실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대형을 하려는데 카메라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내 마음속으론 쉔하오를 먼저 떠오른다.

비록 정교한 컨트롤이라던가, 포커싱을 위한 knob의 정밀함은 떨어지지만 그야 뭐 어떤가. 목재 카메라가 가지는 단점이자 재미인걸... 단지, knob가 플라스틱으로 되어있고 크기가 좀 작아 장갑을 낀 손으로 조작하긴 불편한 점도 있지만...
이후 다른 카메라를 구하게 되면서, 활용도도 떨어져 구입고려시의 ③번 목적용으로 남아 있다.

티크를 사용했고 스텐인레스로 구성되어 있고 컴팩트 하면서 가벼운 무게. 그러나 무브먼트는 어떤 카메라에도 뒤지지 않는...보이그랜더 Bessa R을 가난한 자를 위한 Leica라고들 하지만, Shen Hao를 좀 많이 가난한 자를 위한 Ebony라고 부르면 무리일까?

다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knob와 와셔의 체결력에 대한 불만이 있어 knob 교체 작업을 하면 새 새명을 얻지 않을까?
야외촬영시 서브 카메라로 활용할 계획으로 별도의 Abelson Scope Works의 pin-hole Turret을 구입 했지만 아직 장착도 못한 상태로 1여년을 보내고 있다.

비가 그치면 오랜만에 사진을 찍으러 나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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